웨더 리포오트.

오늘처럼 이렇게 유난스러운 날씨에는 특히 오랫동안 공감할 거리가 없어 서먹해진 관계에 있어서 유용하게 '인용' 되어 지 곤 한다. 뜬금 없이 날씨 이야기 따위로 인사를 건네도 '그러게-' 정도의 공감은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그런 날 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 같은 날이면 '언제나 거기에 있지만 언제나 망설이게 되는' 이니셜 위 에도 과감히 더블클릭을 하고 말을 꺼내볼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오늘 날씨 정말 왜이래?
그러게-

그래 그 날씨이야기 계속.
날씨이야기로 난 늘 뭔가 서먹함을 달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때로는 적정한 온도에 하늘은 맑고 바람이 선선하다 던가 하는 날씨가 몇 일 몇 주까지 지속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엔 매일 똑같이 '너무 좋다' 라고 만 하다 보면 계속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러게- 가 아닌 그런데? 따위의 난감한 반문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적당히 날씨와 더불어 감정의 미묘한 떨림이라던가. 옛일을 뜬금없이 불러다 놓고 느끼하지 않을 정도의 회상조로 이야기 하기도 하며 다음 이야기로의 전개를 도모하는 것이다. 뜬금없지만 그런 연유로 날씨가 매일 변한다는 것조차 어쩌면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아- 그런데?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어쨌다는 거야?
딱히 어쨌다는 건 아니지만-

요즘 회사가 회사 이니만큼. 온통 인터넷을 통해서만 뉴스를 접하다 보니 뉴스 데스크 같은 그야말로 진정 데스크 위에서 아나운서가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뉴스가 좀 그리웠었는데. 마침 오늘 기회가 닿아 그렇게 뉴스를 보게 되었다는 말이다. 허나 생각보다 뉴스는 너무 재미가 없고 그도 그럴 것이 거의 매일, 매 시간 실시간 뉴스를 거의 브리핑 받듯 메일로 받아 보다 보니 뉴-스러울 게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렇게 따분하게 뉴스 내용보다는 데스크가 어떻게 생겼는지 스튜디오 뒷 편 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없는지 따위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이야기를 또 마주치게 된 된 것 이다. 오후 나절 내가 떠들고 다니던 그 멘트.

오늘은 날씨가 참 변덕스러웠죠?

그 이야기가 마치 나에겐, MBC 기상 캐스터가 정말 오랜만에 브라운관 너머 로그인 해 있는 나를 발견하고 용기를 내어 꺼낸 얘기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그렇게 나는 다시 뉴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대기 상층부에는 차가운 공기가 흐르고 낮은 부분에 따뜻한 공기가 흐르면서 대기가 지금 상당이 불안하다고 설명해주고 있었다. 날씨얘기에 관해서는 매일같이 뭔가 다른 테마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나로서는 솔직히 그녀의 날씨관에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다. 고작 과학적인 근거 따위로 살을 붙이려 하다니...쯪 그래. 방송 뉴스도 별것 아니군 하며 다시 고개를 떨구려던 그 순간. 그 평범하게 생겼지만 똑똑한 MBC 기상 캐스터가 마지막 마무리 멘트로 인사를 하였다.

그녀는 그저. 한마디. 무심코. 그렇게 일상적인 말투로 내뱉은 말이었을 뿐인데. 나는 그 뒤로 몇 분간 잠시 멍한 채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일생 동안 내가 들어본 날씨 이야기 중 최고로 위트 있는 말이었다.

내일은 오늘처럼 예측할수 없는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날씨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