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책상 위에는 스피커며 램프며 핸드크림따위가 온갖 케이블들과 한데 엉켜 널부러져 있습니다. 그 앞에 앉은 저는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손 엄지손가락 손톱을 무심하게 긁적거리고 앉아있습니다. 넘어져있는 스피커는 세워져있어야하고, 어정쩡하게 천정을 바라보고있는 램프는 다시 책상을 향하도록 구부러져있어야 하고, 창틀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져있는 독서대는 제자리에 놓여져있어야 하고, 달력은 두장이나 더 넘겨져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모든것은 제자리로,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아져있어야하지 않나요. 심지어 방을 비추던 전구가 나간지 한달이 됐는데도 방이 어두운 그대로 지내고 있답니다. 저는 왜 이토록 무심해진걸까요? 넘어진 스피커를 세우고, 뒤집어진 램프를 구부리고, 독서대를 제자리에 놓는것에 저는 왜 관심이 없을까요? 새로운 전구를 사와서 포장지를 벗기고 발끝에 힘을주고 서서 전구를 갈아 끼우는 일에 왜 관심이 없을까요? 이상한 일이에요. 저는 저 자신에게조차 관심이 없는것같아요. 아니, 저는 저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걸까요. 저는 끊임없이 저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무런 말도 저에게 해주지 않습니다. 아니, 저는 저를 바라보는 저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지만, 저는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뭐랄까 저는 그 모든 광경을 목격하는 동시에 목격당하고 있습니다. 이해하실 수 있나요? 저는 저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것일까요? 아니면 이 세상을 원망하고 있는걸까요? 아아- 아니 어쩌면 당신을 원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요 당신도 저에게 관심이 없으니까요. 나를 바라보는 나의 얼굴이 너무 차갑습니다. 그가 뭘 원하는지 알수가 없어요. 이런 상태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오게되어있는건가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변할수 있을까요? 아아- 제발 대답해주세요. 모르겠어요. 정말 저는 길을 잃은것같아요.
당신의 무나 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