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얼마나 되니, 아는사람이-
너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 말야.
B
글쎄 메신저 아이디가 너뎃개쯤 되고 그중 두개의 아이디는
각각 100명쯤 등록되 있는것 같은데?
A
그렇구나 그러고보니 메신저 컨텍 리스트 라는게
인간관계의 양적 척도로서는 꽤나 리얼타임으로 적절하겠다.
그래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뭐냐면-
거시적으로 보자고. 혹은 우주적 관점에서-
B
뭐? 우주적 관점?
A
그래 여긴 어크로스더 유니버스니까 말이지;; 우주적 관점이라는게 인력으로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을 놓고 봤을때. 스스로 생각하기에 꽤나 중요한 순간들이 있잖아 '나'라고 하는 점과 '너'라고 하는 점이 거의 부딛칠 정도로 가까이 머무는 그. 순간말야. 음-
B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거? 그게 왜 꼭 가장 중요한 순간인데?
A
그건, 뭐 내가 하려는 이야기에선 중요한게 아니니까 일단 바이건스-
B
읍 그래.(지 맘대로군)
A
고등학교때 보던 함수그래프들 있잖아 무한대에서 시작해서 끝없이 0 이라는 값에 다가가려는 듯한 그런 곡선, 그런걸 떠올려봐- 그 가까워지는 순간 말야, 어쩌면 스며든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가늠할수 없는 순간에 끝없이 <반>작용하는 힘에 대한 설명을 하려는거야. 0 이라는 값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하는 그 힘 말야.
너무 거창하게 얘기를 하고있는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지만- 끝까지 들어봐.
그 영원히 가까워지려는 힘의 정반대로부터 작용하는 그
영원히 0 을 지양하는 그 힘은.
되게 원초적인 어떤 힘과,
되게 싸구려-한 감상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라는거지.
원초적인 그 힘이라는건, 일종의 본능같은건데 말야 '우주미아'라고 들어봤니? 내가 종종 얘기했던것 같은데. 모른다고? 음- 무나넷시절에 주절주절 어딘가에 많이 적었던것 같은데 히히 말하자면- 우리는 태어날때부터 홀로이어야만 생을 버텨내거나 혹은 살아갈 수 있는 존재 이다' 라는거야- (이런 생각도 이미 좀 식상하지-만.)
그리고,'싸구려 감상' 이란게 뭔지 궁굼하지? 그건 설명하자면-
'자아의 개별성에 대한 향수나 동경' 이라고 하면 될까? 왜 싸구려 감상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있냐면 말이지. 결국 '난 정말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것 같아'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 뿐인데, 스스로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에 대한 가치평가라는것도 고작해야 메신저 리스트에 있는 (사실은 잘 알지도 못하는) 200명 남짓한 사람들을 통해서 얻은 감정적 통계치일 뿐인데다가. 그런 개별성에 대한 획득이란것도 어떤 진지한 자신만의 세계관과 아이덴티티의 구축이라기 보다는 그저 <뭔가 달라야한다>에만 집요하게 촛점이 맞춰진 것이라서, 그 200명 안에서만 슬쩍 살펴보더라도 '나'라는 존재가 평범한 '너'라는 존재안에서 조금 색깔과 width height값만 수정된 베.리.에.이.션
일 뿐이라는거지. 그래서 '싸구려 감상' 이라고 '치부' 하고있는 것이구.
그런 싸구려 감상과 우주미아적 본성이 너와 나의 거리가 0이 되어버리는 사태를 막기위해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달래고, 설득해서 결국, 평행을 만들어 내거나. 상대방을 밀어내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야.
B
(주절거리긴-) 뭐 대략 이해는 할 수 있어. 네 말은 그러니까.. 음
A
으응 그래 이야기가 좀 주절주저리 되버린 감이 없지않아 있어. 결국 내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우주미아적 본성은 어찌할수 없는 문제이거나, 애초에 그따위 본성은 없다고 치더라도 겨우 '싸구려-한 감상' 때문에 0을 이루어 낼 수 없다는건 또 좀 서글픈 일 같다는 이야기였어.
B
응 그래 그거. 서글픈 그런 감정 이해가 근데말야... 근데 왜-
A
그런데 왜 나에겐 관계에 있어서 지향점에 0 이어야만 하느냐고?
글쎄 그건 아직은 잘 모르겠어. 그리고- 아까 말했던 그 '자아의 개별성에 대한 향수나 동경'이 향수나 동경으로서만이 아니라 진짜 진짜 진지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힘이라면- 그런 힘에 의한 평행과 멀어짐의 상태는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B
말뚝뚝 끊긴-
그 싸구려 감상론에 대해 특히 주절거린걸 보니 약간 네 스스로에대한 변명을 나름대로 우회적으로 일반화 해버려 정당화 하려는 너의 음흉스런 심보가 엿보이긴 하다만- 그래 나이 들수록 더 그런 담담한 슬픔같은걸 많이 느끼게 되- 뭐라고했었지? 뭐? 무슨 향수? 싸구려 감상? 그런건 잘 모르겠다만- 다치지 않겠다고, 변변찮은 자존심같은것들 때문에 점점 사람 사귀기가 어려워지고, 이유도 모른체 멀어지는 일들이 생기는것 같아-
A
그래 그런데 정말 어쩌면. 거리=0 을 지키는게 맞는지도 몰라-
'너'와 '나'가 중첩되는 그 0이라는 지점이 어쩌면..어쩌면 어떤 완성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어떤 파멸일지도 모르겠어. 어떤걸까? 그...
degree=0 라는 지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