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변명

A: 그날은 아프다면서 왜 도서관에 갔나요? 좀 쉬지 그랬어요-

B: 응 사실 아프다는건 핑계였고. 그날 비도 꽤 많이 내리고 어두컴컴한 날씨여서 한없이 졸립기만 한 날씨였는데. 음 그 빗속을 뚫고 거기까지 도서관까지 갈만한 의욕은 없었던것 같애.

A: 그럼 어떤... 의무감때문이었나요?

B: 음 그럴지도 몰라. 난 사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 만날때마다, 되게 진지한 말투로 난 이러이러한 사람이 될거고 그래서 이러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무심한척 얘기하고 다니거든... 그래서 때로는 그렇게 내뱉었던 말들을 의식하기도 하고, 그날도 누군가에게 도서관 갈거라고 말했던것 같애.

A: 그럼 단지 그사람들에게 내뱉은 말들때문에 간다는 말인가요? 이런말하긴 뭣하지만 좀 가식적인것 같아요. 꼭 누군가에게 잘보이려고 애쓰는것 같잖아요.

B: 하하. 응 알고있어. 난 내안에서 늘 요구하는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 그중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로 가장 높이 갈고리을 던지는 녀석이 허영심이란 놈이지. 변명처럼 들릴테지만, 난 단지 그 허영심을 좀 더 부추겨서 내가 다가가고자 했던 그곳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면 족한거야. 말하자면 내안의 허영심을 인질삼아 나를 구출한다고 할까.

A: 미끼를 던지는 것이군요. 후훗.

B: 응. 이중자아의 변증적 발전이랄까.

A: 하하하.. 하- 하... 나도 형처럼 성의있게 변명할수 있으면 좋을텐데.

B: 좋긴... 후후. 대신 변명이 난해하면서도 정교하면, 뭔가를 일방적으로 탓하기 위한 생각에만 골몰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 황당한 변명의 논리자체를 이해하는데에 더 애를 쓰게되고 이해에 도달하는 순간엔 긴장이 풀리면서 처음의 호전적 태도는 좀 누그러들게 마련이지. 쿨럭. 억 미안.

A: 아 유 뭘 또 참 형도 오버해서 큰일이야.

B: 하하. 하- 하..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