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떠 달걀 두 알과 토마토를 챙긴다. 아직 잠이 덜 깬 강아지를 달래며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를 타고 작업실로 향한다. 똑같은 교차로, 똑같은 신호를 지나 작업실에 도착한다. 앞치마 끈을 동여매고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꼭 같은 표정으로 설레는 강아지를 데리고 건물 옥상에 올라 산책을 한다. 매일 달라지는 것은 하늘의 빛갈뿐이다. 마치 그런 하늘만을 바라보고 위로만 성장하는 나무들처럼,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낸다.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만 같다. 예전 같으면 이런 삶에 틀림없이 환멸을 느꼈을 것이다. 오늘이 어제와 같은 것만으로도 권태를 느끼고는 곧장 계획을 바꾸어 다른 하루를 보내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삶에는 성장이 없다. 널뛰듯 이리저리 도망치고 점프할 수는 있어도, 높이 올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높이에 다다르는 것 역시 한 번에 되지 않는다. 나무가 굵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매일 알아챌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눈치채지 못한 사이 한뼘 두뼘 쑥쑥 자라있는 것을 보며 놀라게 되는 것처럼. 성장은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아주 미세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나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싶다면, 이렇게 멀리서 보면 제자리인 것처럼 보이는 매일매일의 일상을, 권태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반복적인 일상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게 해보는 변주들이 있어서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자리에 앉아 선을 긋는다. 어쩌면 지금 나의 생활은 나의 그림을 닮아 있다. 매일매일의 하루가 내가 붓으로 한 줄 한 줄 그어 내려가는 선과 같다. 다 비슷해 보이지만 어떤 선에는 힘이 더 들어가 진하게 칠해지고 또 어떤 선은 연하게 그려진다. 어떤 선은 똑바르고 어떤 선은 삐뚤하다. 그런 차이들도 수십 수백개의 선으로 쌓이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도 그렇게 매일 쌓이는 하루들의 총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