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어쩌다 보니 아내가 평생 살았던 집에 살게 되었다. 그래도 당장 몇 년 간은 살 곳이다 보니 오래된 집을 대수선하는 문제가 요즘 우리의 화두였다. 누구의 집처럼 꾸며보자고 하기도 했다가, 벽을 허물고 싶다고도 했다가, 다 바꿔버리지-싶다가도 가성비 있게 일부만 고치자-하기도 하며 설렘 반, 걱정 반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점심때에는, 갑자기 뭔가 둘이 마음이 통했는지, 아무것도 고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는 둘 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번쩍거리는 집들을 보며, 우리 집도 저렇게 되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저 집이 예뻐 보이는 건, 그 안에 그 어떤 잡동사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서로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무리 여행지의 호텔처럼 멋지게 꾸며 놓아도, 며칠 지나 너저분하게 물건들이 쌓이면 금세 지저분해 보이는 것처럼, 집의 껍데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물건들이, 정확히는 얼마나 잘 정리해서 비워내는가의 문제였다. 하마터면 큰돈을 날릴 뻔했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점심을 먹고 나서 각자의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늘 하는 얘기지만, 마음을 먹으면 당장 해치워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아내와 나는 참 닮았다.) 방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옷가지며 쓸데없는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이 방이 지금의 내 정신상태가 아니면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한쪽에 해결되지 못한, 해결했어야 했을 문제들을 감춰두고 쌓아두기만 하는 그런 마음 상태였던가 보다. 그러고 보면 내 마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명상을 하거나, 돈을 들여 상담받거나 할 필요 없이, 그저 내 방을 보면 되는 일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