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너무 길게 자랐구나-
하며 똑똑 하나씩 분지르며 앉아있다.
검지손가락 손톱 아래 살갗이 살짝 헐어있다.
몇주전에 강아지와 놀다 다쳤던 일이 생각났다.
손톱을 손가락으로 국 국 눌러 휴지통에 버리고나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톱깎기에 접혀진 끌을 펴고나서
슥-슥 모난 손톱을 다듬었다. 문득
울컥 하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라고 해버리면 되려 글을읽다 되려 화가날지도 모른다.
사실 눈물 운운하는건 살짝 머릿속을 스친 생각일뿐이고
내가 손톱을 다듬다 느낀 감정은. 말하자면-
강희안(姜希顔) 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에서처럼
잠시 말을 잃고 하염없이 수면을 바라볼때 느끼는
일종의 애수. (애수哀愁 라는 표현도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 만약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나처럼 눅눅한 오후에
컴컴한 방에서 손톱을 다듬고 있었으면 틀림없이 난
마음속으로 이마를 탁 치며 탄식했을꺼야.
왜 그런 감정이 솟아났는지는 끝까지 말안하고 얼버무릴셈이야?
음- 왜냐면 아마도. 그렇게 내 오른손과 왼손을 지긋이 응시하며
그것들을 만지고 다듬는다는 것 자체를 느낄수 있었다는것이
그런 감상에 젖게 만든것 같애. 응시하고 만지는 것을 느낀다고?
그따위 것이 새삼스러울 수 있느냐고? 새삼스러울수 있어!
그래 그따위 것들이 새삼스러워서 왠지모르는 그런 감정을
느낀거지-. 더 많은 생생하고 살가운 느낌들에서 멀어지고
그런것들을 좀더 세월이 지나 생경하고 새삼스럽게 느끼게 될때
그때는 아마 진짜 눈물이 흐를지도 모르지-.
그런거야- 아마 오늘같은 하늘에- 오늘같은 쌀쌀함에
그런것들을 떠올리게 된다면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