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MS

THE SIMS를 하다보면.
나의 심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승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욕구들을 나타내는 게이지가 충분하게 찬 상태에서 회사에
보내야 한다. 그리고 각각 직업에 맞게 요구되는 능력치 레벨을 올려야 한다.
그런 요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나의 아바타가 늘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관계 지수만큼은 늘 낙제수준 이라는 것.

그 작은 심들의 세상에서도 요구되어지는 적정수준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만큼 귀찮은 일은 없다. 까딱하면- 우스꽝 스러운 효과음뒤에
'방금 친구 한명을 잃었습니다 :(' 라는식의 경고창이 떠버린다.
심들은 적어도 이틀에 한번꼴로 전화를 걸어 친구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운타운으로 놀러나가 선물이라도 건네주어야
그나마 정상적인 심간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뭐 게임이니까-.
고작해야 수백가지의 조건문따위의 로직으로 꾸며진 프로그램에 불과하겠지만...

사실 요새 게임 속에서나 나올법한 우스꽝스러운 그 효과음을 몇번 들었다.
'방금 친구 한명을 잃었습니다 :(' 라는 경고창도 몇번 마주쳤지만.
난 그 메시지가 '경고'라는 의미를 담고 날아온다는 사실을 경멸하는데에만
열중하고 있을뿐. 게임속에서 처럼 일말의 아쉬움이나 반성없이.
확인 버튼을 누르고 다시 play 하고 있는 것.

P양 은 내게 '왜그렇게 사니?' 라는 경고창을 띄워줬고
J군 은 내게 '너 많이 변한것 같다'라는 경고창을.
K양 은 어제 내게 '정말 널 이해 못하겠다' 라는 경고창을 띄워놓았다.
생각해보면 그 셋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있고 나이도 거주지도 다르지만
참 비슷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삼년에 얼굴 한번 볼까말까한 친구 아닌
친구들이라는- 그것.

저런 이야기들은 드라마 속 불한당들이나 듣는 이야기지 싶었는데
내가 저런 이야기들을 줄기차게 듣게될줄은 몰랐을뿐더러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될줄은 더더욱 몰랐고-.
무조건 반사. 팝업광고창 끄듯. 무심결에 잊혀진다.

게임 심즈 속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만
어떤 욕구이든 게이지가 빵이 되면 나를향해 두팔을 번쩍 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더이상 연기하기도 지겹다는듯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도 가끔. 그렇게 어딘가를 향해 하소연 하기도 한다.
너무 외롭거나, 너무 지치고 힘들때.
심즈가 하소연 할땐 침대로 보내는게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