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무슨 생각 해? 왜 아무말도 없냐.
A 네가 그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어
B 고작 예측했다..
라고 생색내기야?
A 응 사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것들이 예측 가능하지만...
B 예측이라는건 미리 알고있었다 라는걸 확인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건데 넌 미리 이야기 하지 않았잖아. 네가 예측했었다는 걸 네가 먼저 말하기 전에는 아무도 알수 없으니 그건 예측이라고 할 수 없지.
A 그. 그렇지. 여전히 예리하긴.. 하지만 대게 사람의 감정을 예측 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내가 네 위에 있다' 라고 이야기 하고싶은 의도 뿐이기 때문에 예측 자체가 아무 소용이 없어. 왜냐하면, 누군가 내 생각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기분을 만들기 때문에 곧잘 자기 입장을 취소하고 오래전부터 그 반대편에 있었던 것 처럼 이야기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지.
B 그래? 네 말대로 라면 예측 자체가 아무 소용 없다는 네 말자체도 소용이 없는 셈인 것이겠구나. 왜냐면 네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말을 할지를 미리 예언했다고 해도 그사람이 기존의 자기 생각과는 반대로 행동할 것이라는 것 조차도 또다른 예측일 뿐이잖아.
A 엇. 그렇.. 기도 하네. 이런- 망할! 생각이 짧았다.
가위바위보를 하기전에 나는 보재기를 낼거다 라고 미리 선언하는 그런 상황이 번뜩 떠오르네-
B 사실은 말야 내가 네게 '무슨 생각 하니?' 라고 물었을때 너같은 녀석은 내가 그 질문을 할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하고 있었어.
A 하하하. 요녀석 오늘따라 재기발랄하네?
B 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 되어버린거지 안그래?
A 응 그렇네 재밌군 재밌어.
B 내가 누군가의 행동을 예측하고 있다- 라는 생각은. 정말 매력적인 생각이니까 마치 내가 그를 조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것이고. 결국 네가 말한 것 처럼, 가위바위보를 할때 우연히 이겨 놓고서는 자기가 마치 그 승리를 예견했다는 양 다시한번 꼭 집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어.
A 그.. 그래. 그런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꽤 있지.
결국.. 나도 그렇기도 한거였네?
B 크크 그건 뭐 누구나 그런거니까.
A 으악 제일 싫어!!
B 뭐 뭐가??
A '누구나 그런거니까-' 라는 일반화 말이야...
B흠. 그래? 누구나 그런거니까 라고 일반화 되는건 또한편으로 누구나 싫어하는 그런거니까... 하지만 또 우습지만- 정 반대로, 누군가가 제발 지금 내 생각과 마음을 제발 좀 예측해줬으면- 할때도 있는 거지, 겉으로는 일부러 티를 내지 않고 말이야.
A아아..넌..설마 진부하기 그지없는 그 '연애일반'에서 펼쳐지는 감정다툼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냐? 그런 얘기라면 난 딱 질색.
B어어- 네가 연애를 안해봤나보구나? 생각해봐, 상대방이 날 예측할지도 모른다는 예측하에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어떤 예측을 하고있다는 예측을 하도록 해야하는 그런 상황따위를 말이지.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단 한순간 품는 것 만으로도 왠지 인간 심리학사에 아주 중요한 획을 긋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긴장감과 미묘함을!!
A헉. 미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