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그린다

공중에 떠있는 물리적 실체로서가 아닌, 주기적으로 열렸다 닫히는 하늘에 찢어진 틈으로서 달을 바라볼 때 처럼. 밤하늘의 별 또한 미세한 구멍들이라 여기는 것을 좋아한다. 암흑물질로 무한이 뻗은 우주를 상상하는 것 보다, 단 한꺼풀 벗겨내기만 하면 다른 차원이 열릴 것 같은 장막으로서의 우주가 더 안전하고 포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대낮에 검은 천을 뒤집어 쓴 것처럼, 밤의 씨실과 날실의 촘촘함이 미치지못하는 틈으로 저편의 우주 바깥의 대낮을 상상하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인식하는 외부 세계의 안쪽은 어떨까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즐겁다.

우주의 바깥은 하얀 여백이고 세계의 안쪽은 어두운 먹색이리라. 둘 다 한꺼번에 걷어버리거나 찢어버릴 수 없는 것이기에, 그 것을 통과하려면 물이 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물이 되려면 뜨거워 녹아내려야 하는 것처럼, 마음 속에 느껴지는 몽우리나 더 단단하게 뭉쳐있는 생각들은 되도록 빨리 데워(그려) 없애버려야 한다. 그리하면 우주 저편으로 자신을 흘려보낼 수 있다. 물보다 더 나은 상태라면, 아마도 빛이 되는 것일게다. 빛이되려면, 먼저 어둠을 다룰 줄 알아야겠다. 어둠은 일종의 연료와 같아서, 빛이 되고자 하는 만큼 최대치의 어둠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울컥 하고 그 어둠을 토해(그려)내면, 일순간 빛이 되어 발하는 자신을 볼 수 있다. 그리하면 세계의 내부를 슬쩍 조명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