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아주 오래전에 화초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화초에는 얼굴이 없다는 이야기. 바라보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정면이 없다는 이야기. - 라고 누군가에게 설명했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화초에 얼굴이 없다는 이야기는 화초의 얼굴은 외부로 향해있지 않고 내부로 향해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어야 했다. 그래서 화초와 마주 볼 수는 없으며, 그것의 정면을 알게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나란히’ 있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이다. 내부를 바라보는 화초, 식물은 오로지 자신의 성장과 번식에만 관심이 있다. 햇볕을 향해 잎을 벌리고 서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그래서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나무는 옆에 서있는 나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거나 내가 성취한 것들을 질투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스스로 이외의 다른 존재자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몰두해 있는 존재자에게 나는 언제나 질투를 느낀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에 당황함을 느낀다. 아마 늘 상대방을 의식해 그들의 취향과 욕구에 꼭 알맞는 나로 변신시키다가, 그러한 요구가 더이상 없을 때 - 상대가 스스로에 몰입해 있을 때 -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는 그런 당황스러움일 것이다. 여하간 그래서 나 스스로도 몰두에 대한 필요를 느끼게 되고 무엇인가에 몰입하려고 보면 몰입 그 자체에만 신경이 곤두서버려, 결국엔 아무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써놓고보니 내 박약한 집중력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