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6, 2023

아내와 함께 아침을 준비하는데 아내가 꽈리고추찜의 간을 보라며 한 입 물려주었다. 지난번에는 조금 눅눅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엔 꽈리고추의 아삭한 식감이 적당히 남아있어 양념에 그 특유의 향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아 더욱 맛있었다. 나는 대체로 향이 독특하고 강한 채소를 좋아하는 것 같다. 민들레 잎과 쑥갓처럼 쌉싸름한 것에서부터, 깻잎과 두릅, 고사리와 참나물처럼 고유의 향이 있는 그런 나물과 채소를 좋아한다. 내가 어떤 입맛을 가졌는지 알게 된 것도, 또 어떤 것이 맛있다고 말하고, 그 음식들을 제철에 맛보게 된 것도 다 아내와 결혼하고 나서부터다. 아마도 어렸을 때 우리 집 밥상에도 여러 제철 음식들이 올라왔었겠지만, 이십 대 초반에 독립한 이후, 내가 어떤 맛과 향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너무 오래 살아왔다.

아무튼 다시 꽈리고추로 돌아와서, 오늘 아침에 그것을 한 입 깨물고 그 향을 느꼈을 때,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느꼈다. 마치 오늘처럼 무더운 여름을 통째로 베어 무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지난주에 초당 옥수수를 쪄먹었을 때도 그랬고 유월 하순, 장인 어른댁 텃밭에서 땅에서 바로 캐낸 감자젼을 부쳐 먹었을 때도 그랬다. 아마도 매년 이맘때면 나는 어디에서든 아내가 만들어 준 꽈리고추찜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제철 음식의 미덕은, 그 식물이 저 나름의 우여곡절을 다 이겨내고 스스로 일궈낸 최상의 상태를 맛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요즘 자주 하는 말이지만, 삶이라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다시 시작하는 기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이렇게 제철 채소를 맛볼 수 있게 된 데에는 아내 덕분도 있지만, 그 모든 작물을 손수 키워서 수확하고 또 깨끗이 씻어 보내주시는 장인어른 덕분이기도 하다. 장인어른의 이백 평 남짓 텃밭에는 오늘도 온갖 나무와 채소들이 자라난다. 당신의 철두철미한 계획성과 성실함 덕분에 단 함 뼘의 공간도 낭비되는 곳이 없다. 아마도 이번 주에는 수박이 잘 익었을 터. 장인어른께서 어릴 적 아내에게 때마다 좋은 채소와 과일을 맛보여 주신 덕에, 이제는 내가 그 좋은 것을 누리고 있다. 어느 때에 어떤 과일이 익어가고,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그때 먹을 수 있는 것을 꼭 챙겨 먹을 것.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많은 것 중에서도 가장 멋진 유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