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오늘까지 끝내야 할 작업들이 있어 조금 바빴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한다고 해서, 어딜 가야 한다거나 어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다거나, 마음가짐을 달리 해야한다거나 해야 할 필요가 없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어젯밤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여기 온 지 한 달이 지나고나서부터는 창밖의 풍경에 조금 무심해 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창밖의 풍경은 늘 경이롭다. 방에서 올려다보이는 높은 산이 하얗게 뒤덮였다. 산 정상 부근에는 짙은 안개가 껴 있어 더욱 신비롭다. 나는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며 나뭇가지에서 이제 막 떨어지는 눈덩이를 바라본다.
Francois-Joel Thiollier 씨가 연주하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을 듣는다. 듣다가 문득 나의 그림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분위기를 그리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더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싶다.